그렇지만 너도 들었잖아

가변크기, 3 트랙, 모노; 블루투스 스피커 3대, 혼합매체, 2021





소라 껍데기 안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어본 적 있다.
하지만 소라 껍데기 안에는 바다가 없다.
지평선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도 없고,
해안가에 다다른 파도를 잘게 부서뜨리는 수많은 조약돌도 없다.
그런데도 파도소리의 잔향은 언제나 그곳을 가득 메운다.
좁고 굽이진 탓에 눈에 잘 띄지도, 손이 닿지도 못할 곳에서
소리의 파형만이라도 벗어나려는 것처럼
가장 안쪽에서 바깥으로 향하는 나선 모양의 메아리다.
소리의 주인은 어디에나 있지만,
어디에도 없는 넓은 공간 한 켠에 자리한다.
방문자의 눈길뿐만 아니라 손길조차 닿지 못할 깊고 어두운
지하 주차장과 비상계단 층계참,
화장실 청소 도구함이 최후의 안식처다.
혹여 말소리가 새어 나갈까
숨을 죽이며 더 깊은 곳으로 움츠러드는 이들은
짙게 깔린 어둠보다 더 낮은 음색으로 대화를 나누며,
차가운 악취가 스며든 열기를 들이 마신다.

“그렇지만 너도 들었잖아.”








본 작업에 사용된 오디오 사운드는 아래 각 영상 중 일부 인터뷰에서 발췌했습니다.

강호진(연출). (2010. 10. 8). 휴게실,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데도 없는 [TV 방송]. 서울: EBS TV.
https://www.ebs.co.kr/tv/show?prodId=133028&lectId=20374394
물음표. (2021, 4 1). 대학교의 숨겨진 그림자_청소노동자 이야기, 그리고 대학생 [비디오파일].
https://www.youtube.com/watch?v=bMxyYihe2-c
고려대학교교육방송국 KUBS. (2021, 9 22). [KUBS 보도부 특별 다큐멘터리] 고려대학교 교내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사업 : 휴게 공간의 역설 [비디오파일].
https://www.youtube.com/watch?v=a55f5t282Jo&t=5s
이연아 (2019. 9. 17). [기자브리핑] 서울대 청소 노동자 사망, 막을 수 있었나? [비디오파일]. YTN.
https://www.ytn.co.kr/_ln/0103_201909172013492011
선상원, 유성주 (2020. 10. 6). [현장영상] KBS 청소노동자 “우리는 소모품이 아닙니다”…정규직 전환 등 처우개선 요구 [비디오파일]. KBS News.
https://news.kbs.co.kr/news/view.do?ncd=5019047